수학교육의 목적(2)

○ 실용성

우리는 흔히 수학의 실용성과 관련하여 "수학이 다른 과학의 기초가 되고 문명이 발달하는 초석이 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는 관점을 표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보편적인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것이기보다는 '사회적'인 관점이라야 할 과학과 문명의 발달을 위한 수학교육은 사실 극소수의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해당하며, 오히려 이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깊이 있고 어려운 내용이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수학이 필요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많은 사람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도의 수학조차도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적분은커녕 몇 년이 지나도 제곱근이나 인수분해 등과 같이 그렇게도 학교 교육에서 중요시되어 왔던 계산을 좀처럼 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중학교 이상에서 다뤄진 수학 내용을 직접적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례가 그다지 많지 않아, 수학의 실용성 측면의 강조는 궁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교육학자는 학교 수학의 실생활 적용 측면의 부재를 지적하며, 만일 학교 수학이 일상생활에 제대로 쓰이지도 않으면서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고 못 풀고를 가려내어 선발하는 데에만 쓰인다면, 이는 반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며 그러한 반교육적 기능 수행에 대하여 큰 각성을 할 일이라고 하였다. 즉,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지적인 능력이 있으며 수학을 못 하는 학생은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한다는 견해로 대부분의 선발 시험에서 수학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학이 중요한 선발 도구로 이용되는 데에는 몇 가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첫째는, 수학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데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인데, 비록 이런 믿음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뒷받침되지는 않지만 관계가 있음이 경험상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수학이야말로 다른 어떤 교과보다 선발 도구로서 적합하다는 점, 즉 변별도가 높은 교과라는 점이다. 셋째는, 수학적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점이다. 요즘 영어 회화 능력이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학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야 비로소 영어 회화는 국가 경쟁력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오늘날의 정보화에 따른 세계화 현상은 수학에 대한 새로운 유용성, 가령 증시 곡선, 비행기 스케줄링, 생산계획과 가격을 배가시키고 있다. 스틴에 따르면 "포드와 코닝 유리 공장의 어셈블리 라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산 과정을 관리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수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수학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경우는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특정 소수인을 위한 것이라고도 보는데, 이처럼 '실용성'의 의미를 대중을 위한 학교 밖의 주면 길거리에서의 실용성으로 한정한다면 비단 수학 교과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에서도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의 목적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수학 교과의 지식을 통해 계산하고, 사회 교과의 지식을 통해 지도를 보고, 실과 교과의 지식을 통해 꽃밭 가꾸기를 하는 것에 그 실용성의 의의를 둔다면 학교 교육의 존재 여부 및 가치는 더 이상 논의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물건을 사고 난 후의 거스름돈의 계산과 같은 간단한 문제 상황뿐만 아니라 어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조건 등을 분석하여 최선의 선택하는 문제 상황까지도 실용성의 범주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소질이나 과학적 소질 등을 보일 수도 있으나, 초·중등 시절에는 장래의 직업에 대하여 아직 명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장래의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의 교육이 필요함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 교과의 학습은 의미 있고 필요한 것이다.

수학교육 근대화 운동은 전반적으로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하게 시켰는데, 학교 수학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수학의 실용적 측면을 부각하게 시켰고 학생들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교육 근대화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논리적 원칙을 깊이 고려하지 않았고, 극단적으로는 논리를 불신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게 되었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물리량과 공간의 구조를 정식화하고 교재화하는 이론적, 실천적 연구가 전개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었다. 

페리, 클라인, 무어를 중심으로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시작된 수학교육 개혁 운동은 여러 나라 사이의 협력을 통한 개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그 무렵 발발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로 그 열기가 수그러들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까지 수학교육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후 과학 기술의 급격한 진보에 따른 여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특히 과학, 수학 교육 개혁의 필요성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1955년부터 1975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수학교육의 광범위하고 획기적인 개혁 운동이 전개되었는데 이 운동을 수학교육 현대화 운동 또는 새수학 운동이라고 한다. 수학교육 현대화 운동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세계적인 수학교육 개혁 운동으로 파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