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의 목적(3)

○ 문화적 가치 및 심미성

학교에서 다뤄지는 수학은 학생들에게 수학의 매력과 위력을 알고 배움으로써 수학의 문화적 가치 및 심미성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하며, 단지 필요에 의하여 개발하는 기술이나 도구에 비하여 한 차원 높은 사고를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그동안 실용성과 응용성에 관한 측면은 이미 미래 사회의 시민이 갖추어야 하는 소양으로서 충분히 강조되고 있는데 반하여, 수학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심미성, 도야성의 측면은 그동안 학교 수학과 관련된 논의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수학교육에서 문학적 가치와 심미성의 강조는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대칭성과 반복을 활용하되 주어진 공간과 조건을 적절하게 고려하기 위하여 수학적인 균형과 완성미를 추구한 문화 유물 가운데에는 극소수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대다수 학생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들어 있으며, 매우 간단한 수학을 활용하여 흥미진진한 게임을 하는 예에서도 그 가치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수학의 아름다움이나 매력은 '미적분의 기본 정리'에서부터 신라 시대의 술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과 수준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풍부한 자료와 유연한 해석을 통하여 문화적 가치, 수학 고유의 심미성을 적절한 수준에서 확인하는 경험은 고등학교를 떠나면서 수학과 멀어지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 어떤 수학 교육자는 다음과 같이 학교에서 다뤄지는 수학에 있어서 문화적 가치 및 심미성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황혜정 외 재인용, 2000)

수학의 연구는 꼭 어떤 현실적이거나 수학 자체의 필요성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위해서 수학을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시인들이 단어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시를 만드는 것처럼 수학자들은 수학적인 아이디어를 잘 조화시켜 아름다운 작품인 수학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마치 예술이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수학적 소양은 생활을 더욱더 합리적이고 융통성을 가지고 여유롭게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현대의 많은 제도나 현상, 이론 및 과학적 식견은 수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수학교육에서 문화적 측면은 중요시되어야 한다. 플라톤은 수학교육이 의도하는 바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게 하고, 나아가 더 높은 고차원의 아름다움을 향하게 하고 지혜를 얻게 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플라톤은 수학을 숭상하게 되면 눈에 보이고 변화되기 쉬운 사물에 대하여 개의치 않고, 수학을 제대로 배우면 눈에 보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어 진리와 지혜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다른 과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함이고, 음악이나 미술을 공부하는 것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인 것처럼,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수학적 안목을 가지고 주변의 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강아지 두 마리와 사과 두 개 사이에서 2라는 수학적인 본질을 보고, 우주의 변화를 함수적으로 이해하며, 지구면 위의 가장 빠른 경로를 직선이 아니라 geodesic으로 이해하는 것 등은 수학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이자 안목이다. 만약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우주의 수학적인 질서를 알지 못하고 또 아름답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격의 결함을 뜻한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에 따라 수학을 배우는 정도가 정해져야 한다면, 수학을 배우는 목적에 충실하게 수학을 배우는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건전한 시민으로서 수학적 안목과 수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학습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교 수학 내용이 구성되어야 함을 뜻한다. 수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별도로 그들에게 맞는 수학 학습이 가능하도록 선택의 길을 열어 주면 된다. 수학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모든 건전한 시민을 위한 공통된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수학 내용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수학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을 명료히 정하는 것이 요구되며, 그것이 다양한 상황과 측면에 적용되면서 철저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적은 학생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건전한 시민, 사회인으로서 역학을 수행하도록 돕는 데 있다. 다른 교과 교육이 그러하듯이 수학도 현대 사회와 미래 사회를 살아갈 건전한 시민으로서 그 사회를 지탱하는 문명적, 문화적 기저 중에서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눈을 기르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결국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인간과 환경이 관련된 현상을 보는 안목과 수단을 수학의 내용이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수학적 안목의 고양이라는 것은 수학의 실용성과도 연결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사회·문화 등 제 분야에 녹아 있는 수학적 현상이나 원리·모델 등을 파악하여 이들 분야를 더욱 깊이 있고 창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학은 어떤 문제를 여러 가지 수학적 방법으로 해결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지혜를 기르고, 한 현상에 담긴 수학적 질서를 이해하기 위해 배우며, 사물의 법칙과 질서에 대한 수학적 이해력을 기르기 위해 배운다고 할 수 있다. 즉, 조각상의 무게 중심, 슈퍼마켓에서 구매, 유전자의 배열, 황금 비율, 투자에 따른 수익률, 건축, 디지털의 세계, 자동차의 속도와 회전 등 여러 생활 장면에서 만나는 것들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다. 생활과 자연 세계에 담긴 수학적 질서를 수학적 눈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 수학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