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수학과 수학교육학과의 관계는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교육학은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자신의 학문적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수학자에 대응하기 위하여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학문적 정체성을 해명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학교육학의 발전을 위해 수학자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수학교육학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수학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중요한 공헌을 한 사람의 상당수는 수학자들이었다. 수학교육학이 국제적으로 그 자체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0년간의 일로, 그 이전의 수학교육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였다. 수학자들은 비록 의식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지만, 대학과 같은 고등 교육기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지속해서 해 왔고, 학생들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는 그 전에 어떠한 수학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냐는 교육 내용의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수학교육이 대학에 자리를 잡고 발달하기 시작할 때, 많은 공헌을 하고 관심을 쏟은 사람들 역시 수학자였으며, 수학교육학에 관한 국제기구가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수학자들에 의해서였다. (1908년 로마에서 열린 제4차 국제 수학자 회의에서 수학교육 국제위원회라는 기구가 처음 구성되었다)
대학은 수학교육학이 독립적으로 자리를 잡기 이전에 이미 수학 교사를 양성하여 사회에 내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고, 이는 주로 수학과의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장차 중등학교 수학 교사들을 양성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대학 수준의 수학을 학습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1810년 설립된 프랑스의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진 수업은 주로 수학 강의를 듣는 것이었으며, 독일에서도 이미 19세기에 김나지움에는 예비 수학 교사들을 준비시키기 위한 세미나가 개최되었는데, 그 세미나의 주된 내용 역시 그들이 독창적인 수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학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19세기 말 이후 교사 양성에 필요한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학교 수학을 다루는 하나의 학문으로 교수학을 확립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대학 교육에 이와 같은 교수학 강좌를 처음 개설할 사람 중 하나가 클라인이었는데, 그는 '현대 수학교육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 그는 '함수적 사고'의 기치를 들고 중학교 수학교육의 광범위한 개혁을 시도했으며, 후진 양성을 통해 최초의 수학교육학 박사 학위를 배출하기도 했다. 클라인 이외에도 보렐, 르벡과 같이 지명도 높은 수학자들도 수학교육과 관련된 중요한 저술을 했다. 영국의 페리는 새로운 교수학을 개발하고 수학 교수에 대한 보다 직관적이고 실험에 기초한 접근법을 주장했으며, 미국의 무어는 '무어 방법 불리는 수학 교수법을 시도하였다.
또한 퐁카레, 아다마르 등의 수학자들은 수학적 창조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 다른 수학자들의 사고 과정을 탐구하였다. 퐁카레는 자신의 수학적 창조의 경험을 토대로 증명은 기본적으로 논리에 의해 진행되나 발명은 직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직관과 통찰에 많은 관심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다마르는 수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수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며, 그 창조 과정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이외에도 수학교육에 기여한 수학자로 폴리아, 프로이덴탈을 꼽을 수 있으며, LOGO를 개발한 페퍼트도 수학자였다.
이처럼 수학교육학자는 여러 부분에 걸쳐 수학자의 도움을 받았으나, 그들 사이에 미묘한 불일치, 갈등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수학교육 전공자나 수학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의 수학을 학습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되었다. 수학 교육계에서는 수학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이 수학을 전공하는 수학과 학생과 동일한 내용의 수학을 본질상 별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비 수학 교사가 가능한 많은 수학을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현실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수학과 수학교육학 또는 일반 교육학에 각각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두어야 할지는 입장에 따라 다 달랐다. 이처럼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수학자와 수학교육학자는 수학이라는 분야를 학문과 교과라는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교감을 할 수밖에 없는 공동 운명체이며, 수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그러면 수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수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을까? 우선 학교 수학과 학문으로서의 수학 사이의 연계성을 찾는 작업이다. 수학과 교재론의 주요 과제는 교수와 학습을 염두에 두고 선정된 수학 내용을 교육적으로 정교화시키고, 특정 내용에 대하여 학교 수학과 학문 수학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이를 통해 해당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대한 이유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학문으로서의 수학'과 '학교 수학'의 내용상 연계로부터 수학교육의 구체적인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수학자가 수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교과의 핵심적 아이디어, 브루너의 용어로 '지식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 반영된 지식의 구조는 곧 그 학문의 고유한 탐구 방식,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로 이러한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수학의 경우 수학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수학자가 수학교육에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측면은 폴리아의 저서에서 볼 수 있듯이, 수학적 사고 방법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수학적 사고 방법이나 과정이 어떠한지는 수학적 연구를 오래 그리고 심도 있게 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영역으로, 앞에서 언급한 퐁카레, 아다마르 등의 수학자들이 이러한 업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학교육의 목적(3) (0) | 2023.03.13 |
---|---|
수학교육의 목적(2) (0) | 2023.03.13 |
수학교육의 목적(1) (0) | 2023.03.13 |
수학교육의 필요성 (0) | 2023.03.12 |
심리학과 수학교육 (0) | 2023.03.12 |
댓글